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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추억, 빛 바랜 현실

-잠쟁이

태생은 슬럼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살아왔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슬럼가에 태어나 슬럼가에서 자랐기에 할 줄 아는 것도 소매치기, 갈취 등의 빼앗는 것이었다.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 능력도, 조건도 되지 않았기에 남의 것을 빼앗으며 살아왔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도, 타인이 나를 위하는 마음도 어느 하나 이해하지 못했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 나에겐 돈을 구하기 위해 지나가던 골목에서 무릎을 끌어 모으고 어깨를 떨며 울던 그 놈이 매우 이상하게 느껴졌다. 조용히 끌어안은 무릎 위로 눈물을 떨궈가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라고 부르는 그 놈이 나는 이질적이었다. 아니 사실 며칠 내내 같은 장소에서 '엄마'를 부르며 우는 그 모습들이 매우 이질적이었다. 내가 보았던, 아는 모두가 자신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 하지만 놈은 아니었다. 놈은 자신을 낳았을 뿐일, 그런 존재를 위해서 며칠을 그렇게 울고 있었다. 분명 낳았을 뿐 무엇도 놈을 위해서 해주지 않고 자신만 생각했을 '엄마'라는 존재를 위해 울고, 그 존재 앞에서는 웃는 놈을 이해할 수도 없었고, 계속되는 행태가 나는 거슬렸다. 나는 놈에게 현실을 직시 시키고 그런 이질적인 모습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모두와 같은 그런 놈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놈과 연관이 되었다.

 

"왜 우는 거냐? 왜?"

 

무릎을 끌어안고 있던 팔에 처박았던 얼굴이 들렸다. 어깨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눈물이 고이다 못해 볼을 타고 흘러 턱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입술을 떨리는 게 육안으로도 보였고, 코는 빨개져 있었다.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코를 훌쩍이며 놈은 울고 있었다. 우는 모습은 너무나도 나를 짜증나게 했고, 그 모습은 너무나도 내 신경을 건드리는 모습이었다.

 

"아, 아프다고. 엄마, 가. 아프다고, 자꾸, 울면서."

 

놈이 더듬거리며 겨우 이어가던 말도 매우 거슬렸고, 그 모습이 너무도 싫었다.

 

그저, 그대로 그냥 싫어하는 채로 지나치는 것을 나는 하지 못했다. 아마 내가 남은 최대의 후회는 지나치지 못한 스스로겠지. 아니, 지나치지 못한 나는 인생 최고의 기회를 잡았고 이후에 모든 걸 망친 그 행동이 가장 후회되는 행동이려나. 

 

"너, 이름은?"

"흑, 아, 아카, 아시, 케, 이지."

 

제 이름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해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겨우 내뱉는 놈이 나는 싫었다. 보이는 모든 것이 내 신경을 건드리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기분이 나빠졌다. 결국 나는 그저, 놈이 싫었다. 놈의 '존재' 가 마음에 안들었다. 그래서 나는 놈의 모든 것이 아니꼬웠으며, 불만이 가득했고, 그 감정의 거의 혐오에 가까웠다. 그래, 그 때는 그렇게 느꼈다.

 

조금 상냥한 척 다가가 되지도 않는 위로를 해주는 걸로 놈은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그걸로 놈은 내게 쉽게 다가왔다.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쉽게 스스로를 내보였다. 너의 감정을, 너의 일과를, 사는 곳, 만난 사람, 더해서는 조금만 돌려 물으면 너는 비밀스런 내용까지도 술술 내뱉었다. 저가 있는 곳의 사장이 누구와 만나고, 무엇을 받았는지, 어디에 숨기는지, 그 많은 비밀을 매우 쉽게, 의심없이 그저 내뱉었다.

 

슬럼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혼자서 살아가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빌붙어 그 후광으로 사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드리워진 그림자의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알아 위치를 공고히 하고 싶었던 내게 놈은 너무나도 편리한 존재였다.

 

"알겠지? 얘기한대로만 해. 그대로, 그러면 돼."

"하지만, 그건."

"해, 줄거지?"

 

협박에 가까운 부탁에, 꺼리는 기색을 역력하게 보이면서도 너는 수긍했다. 내가 해달라는 말에, 내가 위험해질 지도 모른다는 말에 우물쭈물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작지만 확실하게 끄덕이며 내게 안녕을 고했다. 그게 정말 온전히 나만을 위한 일임을 알고 있음에도 너는 그를 하겠다고 나에게 수긍을 표했다. 그리고 너도 나도 그게 서로의 마지막 임을 알고 있었다.

 

"저기, 보쿠토형."

"왜?"

"나, 그럼 그..."
"뭐? 얘기 끝났잖아. 더 할 게 있어?"

 

내가 너에 대해 가장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네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본 그 날과, 마지막으로 본 그 날. 뭘 바라고 있었는지, 답지않게 나를 똑바로 눈을 피하지 않고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뿐 결국 뭐하나 말하지 않고 그냥, 마지막이라는 걸 알면서도 "다음에 봐요."라고 말하고 너는 등을 돌렸다. 그리고 나도 너에게 등을 돌려 우리는 서로 등을 졌다. 내 기억 중에서 가장 색이 찬란하고 선명했던 기억으로, 추억으로 그렇게 너는 남았다.

 

띠- 띠- 띠-

 

호출기에서 빨간 빛이 터지고 일정한 소리가 울린다. 버튼을 누르자 그리 좋지는 않지만 알아들을 수는 있을 정도의 음질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보쿠토- 오늘 신입이 온다. 잘 맞아라.'

"신입? 인원이 부족하지는 않잖아요?"

'쓸만한 놈이 들어왔어. 그니까 잘 알려줘.'

"네네- 알겠습니다-"

 

결국 너의 희생은 쓸모가 없어졌고, 나는 그 곳을 떠났고, 사람을 통해 흘러흘러 들어온 소식으로 나는 너의 생존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있는 건 나 뿐이고, 너는 내 소식같은 건 알지 못하겠지.

 

고작 1주일에 몇 번씩, 고작 몇 분. 그렇게 고작 몇 개월. 1년도 지나지 않은 기간 동안 너에게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지, 그리고 그 이후에 너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았는지. 이제는 알 길이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지금에 와서야 후회하고, 그리워하면서 그렇게 너를 묻어가며 평생을 지내고, 그렇게 죽고. 그저 그렇게.

 

노크 소리가 혼자 있는 방 안에 퍼진다. 문 밖에서 코노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보쿠토, 신입이야. 지휘, 후방 담당."

"아, 어. 들어와."

 

원목의 갈색 위, 스테인리스의 회색의 문고리가 돌아가고, 코노하가 들어오고, 까만 머리의 누군가가 들어온다. 까만 머리의 내가 잊을 수 없던 그 얼굴과, 눈을 한 네가 들어온다. 그 때와 다르지 않은지, 아닌 건지, 이제는 흐려진 색감의 내 시야에, 흑백으로 가득 찬 내 세상에, 다시 빛이 바래 버린 네가 들어온다.

 

선명한 추억을 딛고, 빛 바래진 현실에 네가 내 앞에.

 

"안녕하세요. 아카아시 케이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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